귀촌

귀촌한 은퇴자가 실제로 겪은 1년간의 변화와 삶의 질

edwardnews 2025. 6. 29. 23:55

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주목받고 있는 흐름은 바로 ‘귀촌’이다. 많은 은퇴자들이 도시의 빠르고 경쟁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농촌으로의 삶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인생 2 막을 시작하고 있다.

이 글은 실제로 30년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오다 은퇴한 한 중년 남성이 충청북도 괴산군의 작은 마을로 귀촌하여 1년 동안 겪은 삶의 변화와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그는 은퇴 전까지 공기업에서 근무했으며, 퇴직 후에도 당분간 도시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도시의 삭막함과 물가 상승, 그리고 인간관계의 피로감으로 인해 ‘귀촌’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다. 단순히 삶의 환경만이 아닌, 정신적·신체적인 건강, 공동체 속의 소속감, 자아실현의 기회를 찾기 위해 내려간 귀촌 생활.

이러한 삶의 전환은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인생 전체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결정이었다. 이 글을 통해 귀촌이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하게 살펴보고, 은퇴를 앞둔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통찰과 희망적인 상상을 제공하고자 한다.

 

귀촌한 은퇴자가 겪은 1년간의 변화

 

적응의 시기, 불편과 설렘이 공존한 시간

귀촌 초기에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불편함’과 ‘낯섦’이었다. 도시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대중교통, 24시간 편의점, 병원, 배달 등의 서비스는 시골에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특히 차량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주인공은 처음 1개월 동안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농촌의 생활리듬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웃들과의 관계도 단순한 인사에서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시골에서는 누가 언제 누구를 도왔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사람들 사이에 기억되는 만큼, 단절보다는 연결이 중요한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는 점차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어느 날, 그가 마당에 있는 수도가 얼어 급하게 물을 쓰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이웃 어르신이 별말 없이 스패너와 고무장갑을 들고 찾아와 고쳐주었다. 그리고 한참 뒤 “고맙다고 말할 필요도 없어. 여기선 서로 돕고 사는 거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이 경험은 그에게 귀촌이 단지 ‘지역의 이동’이 아닌, 삶의 방식의 변화임을 각인시켰다.

이 시기의 가장 큰 수확은 ‘느림의 가치’였다. 도시에서는 매일이 타인과의 경쟁이었다면, 시골에서는 하루가 자신의 리듬에 맞춰 흘러갔다.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조급함 대신 관찰과 기다림, 자연과의 교감을 배웠다.

 

자급자족의 삶과 정신적 안정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농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텃밭에 상추와 고추를 심는 수준이었지만, 이내 감자, 마늘, 방울토마토 등으로 종류를 늘려가며, 스스로의 손으로 먹거리를 마련하는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귀촌 6개월 차가 되었을 무렵, 그는 하루의 절반을 텃밭에서 보내고 있었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햇볕 아래서 땀을 흘리는 그 시간은 이전 도시생활에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순수하고 충만한 시간이었다.

놀라운 점은 정신적 변화였다. 도시에서는 쉽게 불면증과 긴장감, 무기력에 시달렸지만, 귀촌 이후 그의 정신 건강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밤에는 더 이상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깊은 잠에 들 수 있었고, 아침에는 해 뜨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이러한 생활 변화는 건강검진 결과로도 나타났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고 혈압이 안정되었으며, 체중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는 이를 ‘시골 생활이 준 보너스’라고 표현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자신감의 회복’이었다. 도시에서 은퇴한 이후 그는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자괴감에 시달렸지만, 텃밭을 가꾸고,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다시금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기 시작했다.

 

삶의 질의 실질적 변화와 장기 정착에 대한 고민

귀촌 1년이 지나면서 그는 더 이상 ‘귀촌자’가 아닌 마을 주민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을 행사에서 사회를 맡거나, 경로당에서 노래 교실을 열며 적극적으로 공동체에 참여했다. 더불어 그는 마을 자치회에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담당하면서 주민들과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다질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그가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삶의 질’이었다. 경제적인 지출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지출되던 월평균 생활비는 약 250만 원이었지만, 귀촌 후에는 90만 원 내외로 줄었다. 생활은 더 소박해졌지만, 그 속에는 결핍보다 만족이 컸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인간관계의 깊이는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차원이었다. 이웃과 나누는 반찬 한 접시, 함께 비 오는 날을 이야기하며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도시에서의 고급 음식보다 훨씬 큰 위로로 다가왔다.

물론 단점도 존재했다. 의료 접근성, 문화생활의 한계, 교통 불편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런 단점들을 수용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장기 정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단순히 노후를 보내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두 번째 청춘’을 살아가는 장소로 귀촌지를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삶의 방향을 다시 묻다 :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라는 질문

귀촌 1년이 넘은 시점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 도시에서는 늘 누군가가 정해준 기준에 맞춰 하루를 살았다. 생산성과 효율성, 승진과 성과는 마치 인생의 가치 기준처럼 따라붙었고,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조차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시골에서의 생활은 매 순간이 ‘자신의 선택’이었다. 아침에 언제 일어날지, 무엇을 먹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을 할지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 그는 더 이상 시계에 쫓기지 않았고,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삶을 꾸미지도 않았다.

이러한 자율성은 그에게 자기 존재에 대한 책임과 동시에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했다. 예전 같으면 번잡한 일상 속에 묻혀 흘려보냈을 고민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는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를 비로소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놀랍도록 분명한 결론에 다다랐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얼마나 몰입하고 충실한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시골 마을 앞 냇가에서 손자와 물장구를 치며 웃는 순간, 노을 지는 밭을 바라보며 김밥을 먹는 순간, 그것이 바로 진짜 삶이었다.

이제 그는 삶의 속도를 완전히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 귀촌 초기의 불확실함과 두려움은 ‘삶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았고, 그 속에서 그는 과거에 놓쳤던 감정들, 감사함, 평온함, 충만함을 되찾고 있었다.

 

다시 관계 속으로 : 사회적 역할의 재구성과 공동체 속의 나

그는 도시에서 퇴직한 이후, 자연스럽게 ‘사회적 역할’에서 밀려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회사에서의 직책, 명함, 회의 자리에서의 발언권 등은 모두 일순간 사라졌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느슨해졌다. 그러나 귀촌 후의 삶은 그에게 또 다른 ‘역할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는 마을 안에서 어르신들의 문서 작업을 도와주고, 농협 인터넷 뱅킹을 대신 처리해 주는 일을 자주 하게 되었다. 작은 도움이었지만, 사람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점점 그를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마을 이장이 제안한 ‘정보화 봉사단’ 역할은 그에게 큰 자긍심을 안겨주었다.

무대는 작아졌지만, 영향력은 더 깊어졌다. 그는 더 이상 거창한 조직 속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마을이라는 유기체 안에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그가 떠오른다는 사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귀촌 생활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었다.

 

 

귀촌은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귀촌은 단지 도시를 떠나는 일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방향을 바꾸는 중대한 결단이다. 은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귀촌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 사람들과 함께,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글을 통해 은퇴를 앞둔 이들이 귀촌을 단지 막연한 로망이 아니라, 준비된 선택지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귀촌은 분명 낯선 길이지만, 그 길 끝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풍요로운 인생의 2막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