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마주한다. 특히 60대는 대부분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시기다. 어떤 이는 도시에서 여생을 보내려 하지만, 또 어떤 이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 후자의 경우, 단순한 이사라기보다는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전환이라는 큰 변화가 뒤따른다. 이 글에서는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을 선택한 한 60대 부부의 실제 사례를 분석해 본다. 이 부부는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하며 정신적 안정과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이뤄낸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집을 옮긴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꾼 이들의 사례는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이며 영감을 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도시에서의 삶과 귀촌을 결심하게 된 배경
이 부부는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왔다. 남편은 대기업에서 정년퇴직을 했고, 아내는 자녀 양육 이후 소규모 교육기관에서 강사로 일해왔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면서 부부는 도시에서의 생활이 점점 공허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점점 감옥처럼 느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단절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은퇴 이후 자신들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고자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시골 체험으로 시작했지만, 실제로 몇 달간 주말마다 지방 농촌 마을을 돌아보며 귀촌지 후보지를 찾았고, 결국 강원도 홍천군의 한 작은 마을로 삶의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귀촌 초기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극복 과정
귀촌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보면 실망이 크다. 실제로 이 부부 역시 초반에는 많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형성이었다. 도시와 달리 시골은 폐쇄적인 분위기가 강한 경우가 많아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다. 하지만 이 부부는 이를 이해하고 매일 인사하고 소소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갔다. 또한 생활비 측면에서도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퇴직금 일부로 구입한 주택의 개보수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었고, 농사를 배우는 데에도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꾸준히 수강하며 점차 농작물 재배 기술을 익혔다. 특히 아내는 텃밭 가꾸기에서 시작해 유기농 채소를 생산해 인근 시장에서 판매하며 소소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이들은 단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자존감을 되찾게 되었다.
귀촌 후 삶의 변화와 새로운 삶의 방식
이 부부의 삶은 귀촌 이후 크게 달라졌다. 우선 일상의 리듬이 완전히 새로워졌다. 도시에서는 시계에 쫓기며 살았지만, 이제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는 삶을 살게 되었다. 신체적인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매일 농작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었고, 화학제품이 없는 환경에서 자연식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면서 고혈압과 당뇨 수치가 모두 안정화되었다. 심리적으로도 불안과 우울감이 줄어들었다. 특히 남편은 정년퇴직 이후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감정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계절에 따라 작물을 심고 수확하며 자신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아내 역시 마을 부녀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고, 지역 특산물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들의 귀촌은 단지 ‘사는 장소’의 변화가 아닌 ‘삶의 태도’의 근본적인 전환이었다.
성공적인 귀촌을 위한 조건과 시사점
이 부부의 사례에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귀촌은 준비 없는 감성적인 결정이 아닌, 철저한 사전조사와 현실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소 6개월간 주말마다 시골 마을을 방문하며 지역 정보를 수집했고, 귀농 교육을 이수했으며, 현지 주민들과도 미리 교류를 시작했다. 둘째, 관계 형성의 중요성이다. 시골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웃과의 유대감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지속적인 소통 노력이 필수적이다. 셋째, 경제적 자립에 대한 대안 마련이 중요하다. 단순히 은퇴자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작게나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텃밭 가꾸기,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귀촌의 본질은 ‘도피’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부는 도시를 피해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고, 그 선택이 이들에게 자존감과 삶의 만족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귀촌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 사례는 하나의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자립과 공동체 속에서 찾은 두 번째 인생
귀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이 부부의 사례를 통해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은, 삶의 만족도는 외적인 조건보다 ‘삶에 대한 태도’와 ‘주체적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도시라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농촌으로 들어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불안도 있었지만, 매 순간 선택을 능동적으로 이어가며 결국에는 그 누구보다 자신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또한 이들은 귀촌을 단절이 아닌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간관계, 계절에 따른 노동, 그리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까지 모든 것이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외부인이 아닌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마을 이장 선거에서 남편이 추천을 받을 정도로 신뢰를 얻었고, 아내는 지역 여성 농업인 모임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다시 사회와 연결되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정서적인 안정감을 넘어 ‘존재감 회복’이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귀촌의 성공 여부는 환경보다도 그 속에서 스스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에 달려 있다. 이 부부의 이야기는 그저 특별한 한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충분히 반복 가능한 가능성이며, 준비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선택지다. 중요한 건 두려움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더 크게 바라보는 용기, 그리고 느리지만 꾸준히 삶을 가꿔나가는 인내다.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나다움’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들의 삶은 분명히 참고할 만한 이정표가 된다.
또한 이 부부의 귀촌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배움의 지속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를 '끝'으로 생각하지만, 이들은 은퇴 이후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익히려는 태도를 보였다.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에 주기적으로 참여했고, 유기농 관련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며 최신 재배 기술과 시장 흐름을 익혔다. 이러한 학습 의지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그들의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남편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작물의 생육 상태를 기록하고 기상 예보를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의 귀촌 일기를 기록하며 또 다른 방식의 사회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 역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 장류 만들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마을 주민들과 협업하여 소규모 판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단순한 취미나 소일거리를 넘어서서 실질적인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이전 직장 생활에서 얻었던 성과와는 또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귀촌을 통해 ‘배움과 성장’이라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재발견하게 된 셈이다. 귀촌이란 단지 환경의 변화가 아닌 삶의 철학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며, 이는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가능한 변화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태도이며, 이 부부는 그것을 실제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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